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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발자취모음

[61차] 지리산 웅석봉 (2005. 7. 3. 일)

by 비로봉 2005. 7. 4.

- 산행일시 : 2005년 7월 3일(일요일)

- 산행지 : 웅석봉(산청) <내리저수지-지능선-무명봉-웅석봉-왕재-선녀탕-지곡사-내리저수지>

 

 

- 함께한 이 : 여우와 토끼 2

 

- 산행개요 : 전날 장마전선의 상황(중부지역 혹은 남부지역)에 따라 속리산 쪽과 지리산 쪽 두 곳을 점찍어 두고 베낭을 꾸려 거실구석에 모셔두고 잠자리에 듭니다.

눈을 뜨니 6시, 밖에는 장대 같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서글픈 마음에 조금 더 누워 있으려니 아들놈이 언제 일어났는지 안방의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 새로 침대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지난주에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비가 온다는 핑계로) 산행을 하지 못하였고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 합니다.

기상상황을 보니 남쪽에 있던 장마전선이 밤새 중부지역으로 올라가 머물고 있다 합니다.

그래, 일단 떠나자.

산아래서 판단하는 거야

라면냄새를 풍기다 보니 여우와 토끼들이 하나 둘 기상을 하고, 아내는 도시락 준비를 본인은 토끼들에게 산행 회원모집을 하니 연일 계속된 시험으로 지친 큰딸만 다음에 같이 가겠다 하고 아들녀석과 막내딸이 따라 나서니 오늘도 4명이 집을 나서 지리산 쪽으로 향하게 됩니다(약 10시경)

그렇게 내리던 비가 88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좀 잠잠해 집니다.

밤새 내린 비로 계곡의 상태가 어떠한지 염려도 되고, 꾸물대다 출발도 늦어지게 되었으니 계획대로 산행을 할 수 있을지 은근이 걱정이 앞섭니다.

밤머리재에서 회귀산행을 하면 계곡의 상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계획은 내리(지곡사)에서 원점 회귀산행을 계획해 두었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듯 산청IC를 빠져 나오게 됩니다.

산청읍내를 지나 경호강을 끼고 내려오니 레프팅 가게들이 줄지어 늘려 있고, 날씨 탓인지 레프팅을 즐기는 팀들은 몇 안되는 것 같습니다.

순간 119수난 구조대 차량이 경호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사고는 아닐듯... 잠시 차량을 정지하고 아내에게, 강물이 불어나 재미 있을것 같으니 산행을 포기하고 레프팅이나 즐기다 돌아갈까?

의중을 타진하니, 잠깐 번뇌에 사로잡히는 듯 하더니 결국은 산으로 향하잡니다.

뒷좌석 토끼들의 상황을 보니 잠을 자고 있던 터라 다행히 엄마 아빠의 대화내용은 못들은 것 같습니다.

내리저수지를 약간 지난 넓은 주차장에는 부산의 모 산악회에서 단체로 오신 듯한 버스가 달랑 1대 주차 되어있고, 계곡옆 큰나무들 아래 놓여있는 평상들이 참 인상적입니다.

날씨 탓이겠지만 계곡을 낀 조용한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도 깨끗하여 가슴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입니다.

입맛대로 주차를 한 후 약 12시경 저수지 아래쪽의 다리를 건너 지능선을 올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 아내는 본인이 담배를 안피우는 것이 이상 하답니다. 몹쓸병 이라도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나?... 간간히 내리는 비에 판초의를 권해보지만 누구 하나 입을 생각은 없는듯... 사실 본인도 땀에 젖는것 보담 비에 젖는 느낌이 더 나은것 같습니다.

무겁게 내려 앉은 비구름은 지리산의 동부능선을 모두 가리워 버렸지만 빗물을 머금은 조용한 산길과, 풀잎에 스치어 바짓가랭이가 젖어드는 느낌조차도 너무나 상쾌합니다.

무명봉 가기전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첫번째 단체 산행객과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 이쪽길이 내리로 내려서는 길이 맞느냐고... 예, 약1시간 좀더 걸릴것입니다.

산행내내 2팀의 단체산행객과 마주한것이 전부였으며, 뒤에 느낀 사실이지만 오늘의 산행중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게된 팀에게 묻습니다.

 

- 계곡쪽으로 올라 오셨습니까? 예, 계곡에 물이 불어 위험하지는 않은지요? 위험한 정도는 아닙니다.

 

- 왕재로 거쳐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무명봉 전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수풀이 우거져 못보고 지나친것 같습니다. 암릉길을 지나다보니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지리산의 동부능선을 살며시 보여주기 시작하고 비구름이 발아래쪽으로 내려보이는 곳에서 판초의를 깔고 점심식사를 합니다.

 

- 15시 30분경, 정상에 올라서니 짙은 운무에 조망이 전혀 없습니다. 지척에있는 산불감시초소 조차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친근함이 돗보이는 정상석과 함께 토끼들의 증명사진을 남기고 곧바로 하산을 서두릅니다. 넓은 헬기장을 지나고 16시 20분경 왕재에 도착하여 가파른 계곡길로 하산을 합니다. 빗물에 젖은 바위들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본인도 족히 세번은 미끄러 넘어진것 같습니다.

 

- 지도상에는 숯가마터가 나와 있는데 언제 지나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행내내 조망을 앗아간 것에 대한 보상인지 수량이 불어난 계곡의 비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닥치는 대로 폭포 및 계류들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 요즘엔 폭포사진들을 컴 바탕화면으로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어느덧 선녀탕에 도착하고 넓은 포장길이 시작됩니다. 도로의 위쪽이 선녀탕인지 아님 아래쪽이 선녀탕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토끼들에겐 양쪽 다 선녀탕이라 얼버무리고, 넓어진 계곡을 따라 애들과 손을 잡고 포장길을 걷습니다.

차량통행을 제한하는 차단기를 지나 지곡사 경내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주차장에 이릅니다. (18시 약간 지나)

 

- 토끼들이 계곡 옆에서 자신들의 배낭을 뒤져 수영복으로 갈아입더니 아무도 없는 계곡으로 뛰어듭니다. 추울것 같은데

지난달 주흘산과 남덕유산의 계곡물은 얼음과 같이 차가왔는데 벌써 칠월이라 견딜만은 한 것 같습니다.

주차장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짜장라면을 끓여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지곡사의 저녁 예불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어둠이 깔릴무렵(20시경) 우리가족은 또 하나의 추억을 안고 대구로 출발을 합니다.